3월 29일 목동 박병호-안영명 승부 장면 |
‘지휘관이 최초로 할 일은 전력분석에 있다.’
- 노무라 가쓰야 전 야쿠르트 스왈로스 감독 -
3월 2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한화-넥센전을 보며 기자는 노무라 전 야쿠르트 스왈로스 감독의 명언을 떠올렸다. 노무라는 “야구는 몸으로 승부하는 스포츠지만, 그 승부를 지배하는 건 머리”라며 “우리의 강점은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 때 더 빛이 난다”고 말했다.
이날 한화-넥센전의 최대 승부처는 한화가 3대 2로 리드하던 5회 말이었다. 이 이닝에서 넥센은 1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전개 과정은 이랬다.
5회부터 선발 송은범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안영명은 첫 타자를 투수 땅볼로 처리했으나, 서건창을 볼넷으로 출루시키고, 이택근에 좌전 안타를 맞으며 1사 2, 3루를 허용했다. 그리고 유한준을 몸에 맞는 공으로 다시 출루시키며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타석엔 ‘3년 연속 홈런왕’ 4번 타자 박병호가 들어섰고, 목동구장은 한국시리즈 7차전을 연상케할 만큼 뜨겁게 달아올랐다. 만약 박병호가 타구를 담장 밖으로 보낸다면 넥센은 전날에 이어 개막 2차전에서도 승기를 잡을 게 분명했다. 반대로 한화는 잘 싸우고도 2연패하는 불운을 맛볼 위기에 놓일 게 자명했다. 과연 둘의 승부는 어떻게 될까.
박병호와 안영명은 서로 유리한 데이터를 갖고 있었다. 먼저 박병호다. 박병호는 지난해 한화전에서 무척 강했다.
2014시즌 한화전 성적
한화전 : 타율 .386, 출루율 .527, 장타율 .737, 6홈런, 14타점, 16볼넷
하지만, 만루에선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2014시즌 만루 상황 성적
11타석 9타수 1안타 타율 .111, 출루율 .182, 장타율 .111
반면 안영명은 지난해 넥센전과 박병호에 강했다.
2014시즌 넥센전 / 박병호 상대 성적
넥센전 : 4경기 등판 7.1이닝 투수, 2승 1홀드 평균자책 2.45, WHIP 1.23
박병호 : 3타석 3타수 무피안타 3탈삼진
그러나 5회 등판 성적이 매우 나빠 ‘마의 5회’로 불러도 될 정도였다.
2014시즌 5회 등판 시 성적
41타수 18안타(2피홈런) 피안타율 .439. 피출루율 .531, 피장타율 .707
장·단점이 명확했던 두 선수의 승부는 과연 어떻게 끝을 맺을까. ‘박병호-안영명’의 승부는 두 선수뿐만 아니라 양팀 벤치의 치열한 지략 싸움까지 더해지며 흥미가 배가됐다.
지난해 3번 맞대결을 펼쳤던 박병호와 안영명
‘포수여, 타자의 어깨에 주의하라. 어깨를 보면 타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 노무라 가쓰야 전 야쿠르트 스왈로스 감독 -
지난해 두 선수는 3번 만나 3번 모두 박병호의 완패로 끝났다. 3타석 모두 박병호가 삼진으로 물러난 것이다. 기자는 지난해 두 선수의 3차례 맞대결을 분석했다.
지난해 두 선수의 첫 맞대결은 7월 10일 청주구장에서 벌어졌다. 8회 초 한화가 4대 2로 리드하던 8회 초였다. 선두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박병호를 상대로 안영명은 아래 <표>에서 보듯 1, 2구를 빠른 공으로 승부했다. 눈에 띄는 공은 2구째 몸쪽 높은 코스 포심패스트볼이었다. 이 코스는 박병호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코스로, 지난해 적지 않은 투수가 박병호와 상대 시 이 코스를 공략했다. 보통 야구계에서 몸쪽 공략 이유엔 여러 의미가 있다.
1. 몸쪽 공을 보여주고, 의식시킨 다음 타자의 타격 밸런스를 무너트리고 싶을 때
2. 몸쪽 빠른 공을 던진 뒤 대각인 구종과 코스(변화구. 바깥쪽)를 던지려 할 때
3. 몸쪽 꽉 찬 공을 던져 파울볼을 유도해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이끌고 싶을 때
4. 타자가 몸쪽 공에 약점을 갖고 있을 때
5. 몸쪽 공으로 땅볼을 유도해 병살을 노릴 때
6. 우타자 시 우측 방향으로 타구를 때리려 노릴 때
![]() 2014년 7월 10일 청주 넥센-한화전. 박병호 vs 안영명 승부 내용 |
지난 시즌 첫 맞대결에서 안영명이 2구째 포심패스트볼을 몸쪽 높은 코스로 던진 건 ‘1, 2, 3번 상황’을 의식한 결과였다. 그도 그럴 게 앞선 타석에서 박병호는 ‘삼진-삼진-뜬공’으로 물러나며 타격 밸런스가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가뜩이나 그즈음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167로 슬럼프에 빠지며 박병호의 타격 밸런스는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안영명은 3구째 느린 너클커브를 바깥쪽 낮은 코스 바운드로 던지며 헛스윙을 유도했다. 4, 5구째도 비슷한 공배합이었다. 안영명은 시속 143km 포심을 몸쪽 낮은 쪽에 던져 파울을 이끌어내고서 5구째 결정구로 시속 116km 너클커브를 바깥쪽 낮은 코스 바운드 볼로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2번째 맞대결에서도 안영명의 공배합엔 큰 차이가 없었다. 지난해 8월 29일 대전구장에서 치러진 한화-넥센전에서 두 선수는 넥센이 9대 9 동점이던 8회초 1사 무주자 상황에서 만났다.
![]() 2014년 8월 29일 대전 넥센-한화전. 8회 박병호 vs 안영명 승부 내용 |
안영명은 1구부터 3구까지 포심을 던지는 매우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다. 3구째는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로 들어왔는데 자칫 박병호에게 홈런을 받을 수 있는 실투였다. 그런데도 안영명이 3구 내리 포심을 던진 덴 박병호의 앞선 타자였던 3번 이택근에 초구를 슬라이더로 던지다 솔로 홈런을 맞은 영향이 컸다.
1볼 2스트라이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점한 안영명은 4, 5구를 낮은 코스 슬라이더로 던지며 박병호를 유인했다. 그러나 박병호는 꾹 참았고, 볼카운트는 풀카운트까지 갔다. 이때 안영명이 선택한 건 시속 137km 슬라이더였다. 3구 연속 슬라이더라 위험할 수 있었지만, 바깥쪽 낮은 코스로 슬라이더를 던지며 결국 자신이 원했던 대로 박병호의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참고로 이해 8월 중순까지 박병호는 무주자 시 풀카운트 승부에서 브레이킹볼 계통의 유인구에 삼진율이 높았다. 거기다 박병호는 이날 한화 투수들이 자신을 향해 집중 공략한 몸쪽 공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는지 왼쪽 어깨가 평소보다 열린 상태였다(‘볼카운트가 불리한 상황에서 타자들은 무의식 중 자신의 약점에 포인트를 맞추게 마련이다’ -장훈-). 그러나 이런 타격 메커니즘에선 브레이킹볼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없다는 게 타격전문가들의 평이다. 실제로 박병호는 바깥쪽 슬라이더가 들어오자 헛스윙하고 말았다.
![]() 2014년 8월 29일 대전 넥센-한화전. 연장 10회 박병호 vs 안영명 승부 내용 |
3번째 맞대결은 이날 10회 초에서 벌어졌다. 9대 9 동점이던 연장 10회 초 2사 2루에서 안영명은 1구부터 3구까지 연속 포심을 던지며 박병호와 대결했다. 속구에 누구보다 강한 박병호를 상대로 펼친 대담한 투구였다. 여기엔 안영명의 자신감이 숨어 있었다. 당시 한화 투수코치였던 정민철 MBC SPORTS+해설위원의 말을 들어보자.
“(안)영명이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좋은 포심을 갖고 있어요. 한창 포심이 좋을 땐 그 공 하나로 타자를 승부해도 될 정도에요. 제 기억에 박병호와의 승부 때도 포심을 자주 던졌던 것 같아요. 물론 결정구론 슬라이더, 체인지업, 너클커브가 있었죠. 하지만, 지난해만 해도 너클커브은 구사율이 다른 구종에 비해 훨씬 낮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안영명의 포심은 야구계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제구까지 좋은 날이면 안영명의 포심은 리그 정상급이다. 이날도 안영명의 포심은 꽤 위력적이었다. 게다가 1사 2루에서 박병호의 앞 타자인 3번 이택근을 포심으로 삼진 처리하며 자신감이 더 붙은 상황이었다.
앞선 승부에서 초구부터 배트가 나갔던 박병호는 3구째까지 공을 기다리다 1볼 2스트라이크 위기에 몰렸다. 이때 안영명이 승부한 공이 바로 슬라이더였다. 이 슬라이더는 유인구에 가까웠지만, 가운데로 공이 몰리며 파울이 됐다. 박병호에겐 아쉬움, 안영명에겐 가슴을 쓸어내리는 실투였다.
포인트는 5구였다. 박병호는 앞선 승부 때 슬라이더에 삼진 당했던 게 기억났는지 왼쪽 어깨를 닫은 상태였다. 보통 우타자가 왼쪽 어깨(좌타자는 오른쪽 어깨)를 많이 닫으면 바깥쪽이나 낮게 떨어지는 공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몸쪽 공 공략엔 취약점을 드러낸다. 안영명과 포수가 이를 의식했는진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한화 배터리가 몸쪽 포심으로 승부를 걸었다는 것이었다. 결과는 헛스윙 삼진.
4번째 맞대결을 펼친 박병호 vs 안영명의 결과는?
‘타자는 마지막 승부의 결정구를 기억하고, 투수는 좋았던 결정구를 떠올린다.’
- 후루타 아쓰야 전 야쿠르트 스왈로스 포수 -
3월 29일 목동구장에서 두 선수의 만남은 이전 3번의 맞대결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큰 압박감 속에서 진행됐다. 1점 차, 그것도 1사 만루인지라, 양팀의 승패가 두 선수에게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초구는 슬라이더였다. 안영명의 손에서 너무 일찍 빠져버린 슬라이더는 곧바로 바운드볼이 됐다. 2구째도 안영명이 선택한 건 슬라이더였다. 이때 박병호가 헛스윙한 바람에 볼카운트는 1볼 1스트라이크가 됐다.
3구째는 체인지업이었다. 이날 가장 뛰어난 공배합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개막 첫 경기부터 한화 배터리는 박병호와 승부 시 끊임없이 몸쪽 승부를 걸었다. 원체 몸쪽 승부가 많다 보니 박병호는 이 공에 대처하기 위해 타격 포인트를 다소 앞에 두고 있었다. 이렇듯 타격 포인트를 앞에 둔 타자들에게 가장 유용한 공이 속구처럼 날아오는 듯하지만, 그보다 구속이 느린 체인지업이다.
몸쪽 빠른 공에 대비하던 타자들은 같은 코스로 체인지업이 들어오면 헛스윙을 하거나 배트가 다소 빨린 나온 까닭에 땅볼로 물러나게 마련이다. 박병호는 전자였다. 바로 헛스윙이었다.
유리한 볼카운트를 점한 안영명은 결정구로 가운데 낮은 코스에 바운드 되는 슬라이더를 던졌다. 박병호는 속지 않았다. 볼카운트는 2볼 2스트라이크.
![]() 2015년 3월 29일 목동 한화-넥센전. 5회 박병호 vs 안영명 승부 내용 |
‘일본야구의 박경완’격인 후루타 아쓰야 전 야쿠르트 포수는 “타자는 마지막 승부의 결정구를 기억하고, 투수는 좋았던 결정구를 떠올린다”는 명언을 남겼다. 아마도 박병호는 지난해 8월 29일 자신이 헛스윙으로 물러났던 안영명의 몸쪽 포심을 떠올렸을지 모른다. 반대로 안영명은 3번의 맞대결에서 2번이나 결정구로 삼았던 브레이킹볼을 떠올렸는지 모른다. 이는 한화 벤치도 같을지 몰랐다.
잠시 후. 한화 벤치는 포수 정범모에게 변화구 사인을 냈다. 그리고 안영명은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시속 115km 너클커브를 던져 박병호의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이번에도 안영명의 승리였다.
경기가 끝나고 넥센 벤치에선 “5구까지 죄다 볼이었다”며 “박병호가 조금만 타격 본능을 참았어도…”하는 아쉬움이 흘러나왔다. 지난해 리그 볼넷 공동 1위에 오른 박병호의 선구안은 꽤 좋은 편이다. 참을성도 있다. 하지만, 그런 박병호도 개막 1, 2차전에서 타격 밸런스가 무너지고, 컨디션이 좋지 않으며 선구안마저 흐려진 상태였다. 여기다 박병호는 늘 시즌 초반 부진을 반복해왔다.
일본 프로야구 유일의 3천 안타 주인공인 장훈(일본명 : 하리모토 이사오)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타격 밸런스가 무너져 슬럼프에 빠진 홈런 타자에게 가장 유용한 승부구는 그날 투수가 가장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공”이라고.
한화의 '도전'과 다른 팀들의 '응전'
![]() 개막 2연전 동안 정범모는 벤치 사인을 무리없이 소화하며 뛰어난 캐칭과 블로킹을 선보였다. 정범모처럼 다른 한화 선수들도 좋은 기량을 선보였다. 한화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면 코칭스태프, 구단도 좋은 평가를 받아야하지만, 선수들이야말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할 이들이다. 아무리 월등한 작전이 나와도 그걸 그라운드에서 수행하는 건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아직 시즌은 142경기나 남아 있다 |
일본 프로야구에서 정설처럼 굳어진 공배합은 다음 세 가지로 나뉜다.
1. 타자 중심의 공배합
타자의 약점을 파고 들거나, 타자 반응을 보고 판단하는 공배합. 최근 타격감이나 앞선 타석의 결과를 토대로 판단. 이럴 때 불펜투수는 자신의 구종을 전부 사용함.
2. 투수 중심의 공배합
타자보다 투수가 더 강하다고 판단할 때의 공배합. 타자가 속구를 노리고 있어도 타자의 힘을 제압할 구위라면 속구를 던짐.
3. 상황 중심의 공배합
점수 차, 이닝, 주자 상황 등을 고려한 공배합.
박병호 같은 대타자와 상대할 땐 주로 ‘1. 타자 중심의 공배합’을 하게 마련이다. 29일 넥센전에서 안영명도 그랬다. 몸쪽과 속구 타이밍에 초점을 맞추던 박병호에게 연달아 5구를 변화구로 던졌다. 여기서 집중할 건 ‘이럴 때 불펜투수는 자신의 구종을 전부 사용함’이라는 문구다.
흔히 불펜투수라면 ‘투 피치’를 떠올리지만, 최근 현대야구엔 ‘1이닝을 던지는 불펜투수라도 많은 구종을 던져야 한다’는 이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에선 이 이론이 이미 1990년대부터 통용됐고, 최근 들어선 더 유행하고 있다. 김성근 한화 감독처럼 현대야구의 흐름을 잘 체크하는 사령탑이라면 이런 경향을 놓칠 리 만무하다.
박병호와 상대하는 동안 안영명은 속구를 버리고 3가지 구종을 던졌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너클커브였다. 타격감이 떨어지고, 마음이 급한 박병호를 유인하기엔 더없이 좋은 구종들이었다.
자, 여기서 참고할 게 있다. ‘1. 타자 중심의 공배합’을 시도할 때 꼭 행해야 하는 사전 작업이다. 그건 미팅과 준비다. 29일 넥센전을 승리로 이끈 뒤 김 감독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안영명이 경기 전 주문한 사항을 잘 수행했다”고 말했다.
경기 전 한화 전력분석팀은 안영명에게 속구 위주 투구 대신 변화구 위주 투구를 주문했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 안영명은 박병호뿐만 아니라 다른 넥센 타자와 상대할 때도 변화구 구사율이 매우 높았다. 개막전에서 넥센 타자들의 변화구 대처능력이 좋지 않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한편으론 28일 경기에서 안영명이 포심을 4구 내리던지다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강판당했던 게 29일 변화구 위주 투구의 배경이 됐을 수도 있을 것이다.
주목할 건 안영명이 이날 등판 전 불펜에서도 계속 변화구 연습을 했다는 것이다. 기자가 목동구장 외야에 갔을 때 등판을 대비해 불펜투구에 힘을 쏟던 안영명은 주로 변화구를 던지며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었다. 경기가 끝난 직후 한화 벤치 역시 “안영명이 오늘의 키를 변화구라 판단해 불펜에서 변화구 연습을 많이 한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 한화 불펜투수 안영명은 타고난 능력과 잠재력이 뛰어난 투수다. 그는 올 시즌 그 능력과 잠재력을 성적으로 증명하려 한다. 박병호는 두말할 것도 없이 KBO리그 최고 타자다. 컨디션만 정상 궤도로 오른다면 안영명과의 5번째 승부에선 다른 결과를 만들지 모른다 |
한화는 이전에도 전력분석이 약한 팀이 아니었다. 문제는 아무리 전력분석팀이 뛰어나도 벤치에서 그걸 활용하지 않으면 전력분석지는 승리의 암호문이 아니라 그저 숫자가 가득 적힌 종이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다.
한화가 달라진 게 있다면 벤치에서 전력분석을 120% 활용하고, 그 분석을 상황마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자세인지 모른다. 개막 1, 2차전에서 대부분의 사인이 벤치에서 나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한화 벤치가 상대 팀 선수들만큼이나 자기 팀 선수들을 전력분석했다는 걸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화는 스프링캠프에 떠나기 전 자기 팀 모든 투수의 투구습관을 체크해 이를 수정했다. 덕분에 캠프에서 한화 투수들은 투구습관이 보이지 않는 투구폼으로 공을 던졌다. 시즌이 흘러가면 자기도 모르게 투구습관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시범경기와 개막 1, 2차전을 통해 봤을 때 상대 팀이 한화 투수들의 투구습관을 활용해 안타를 뽑을 확률은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를 제외한 9개 구단 감독들을 캠프에서 만났을 때 그 감독들은 하나같이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봤을 때 5강팀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면서 한화를 강력한 5강 후보로 꼽았다. 그리고 입을 맞춘 듯 “한화 야구가 올 시즌엔 달라질 것”이라며 “한화가 미세한 부분까지 파고드는 현미경 야구를 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예상의 단편을 기자와 몇몇 야구전문가는 개막 1, 2차전을 통해 확인했다. ‘일본야구의 야신’ 노무라 전 감독은 “노력하는 범인(凡人)은 게으른 천재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력하는 천재는 그 무엇도 이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는 최근 6년 동안 5번이나 꼴찌를 경험한 팀이다. 그래서 구단이 통큰 투자를 했고, 2년 동안 5명의 FA(자유계약선수)를 데려왔다. 그래도 상위팀들에 비해 객관적 전력은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 약한 전력을 한화는 ‘노력하는 범인’이 돼 극복하려 한다. 상대 팀들이 한화를 이기려면 길은 하나다. ‘노력하는 천재’가 되는 것이다.
많은 야구전문가는 “한화의 도전을 기존 팀들이 어떤 식으로 응전할지 궁금하다”며 “도전과 응전이 프로야구 전체 질적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타자' 박병호가 안영명과의 5번째 승부에서도 과연 순순히 물러날지 지켜볼 일이다.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295&article_id=000000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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